이사를 마쳤는데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면, 이사한 다음 날부터 당연히 지연이자가 붙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퇴거와 집을 넘겨주기 위한 이행 제공은 구별해야 합니다. 열쇠를 경비원에게 맡긴 아파트 임차인의 판결을 통해 그 차이를 살펴봅니다.
보증금 반환과 집 인도는 함께 준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임대차가 끝나면 임차인은 집을 돌려주고 임대인은 반환할 보증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두 의무는 원칙적으로 동시이행 관계입니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먼저 전부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같은 일정에서 서로의 의무를 어떻게 이행할지 구체적으로 맞추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민법 제536조는 상대방이 채무 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기본 구조를 정합니다. 따라서 계약 종료일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보증금 반환의 지체책임과 지연손해금이 언제나 그 다음 날부터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임대차가 실제로 종료됐는지, 반환할 금액과 인도의 이행 제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인도는 단순히 몸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과 다릅니다. 남은 짐, 열쇠나 출입수단의 전달, 임대인이 집을 넘겨받을 수 있는 상태와 통지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특정 방식 하나만으로 모든 사건의 인도가 완료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열쇠를 경비원에게 맡겼지만 통지가 확인되지 않았던 사건
대법원 2002년 2월 26일 선고 2001다77697 판결에서는 임차인이 아파트에서 퇴거하면서 열쇠를 경비원에게 맡긴 사실이 문제 됐습니다. 원심은 이를 집을 인도한 것으로 보아 임차인이 요구한 시점부터 보증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퇴거하면서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인도의 이행 제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퇴거 사실을 알리는 내용의 부대항소장이 임대인에게 송달되기 전에 인도 통지를 했다는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지연손해금의 출발점을 달리 보아 원심의 일부 지연손해금 판단을 파기하고 직접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의 의미는 경비원에게 열쇠를 맡기는 방법이 언제나 무효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집을 비운 사실과 임대인에게 인도를 제공한 사실을 구별해야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판결에 적힌 당시 이율을 오늘의 사건에 그대로 적용해서도 안 됩니다.
“이사할 예정”과 “넘겨받을 준비가 됐다”는 다릅니다
민법 제460조는 채무 내용에 맞는 현실적인 이행 제공을 원칙으로 합니다. 상대방이 미리 수령을 거절했거나 이행에 상대방의 행위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행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리고 수령을 요구하는 방식을 규정합니다. 어느 방식이 필요한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가령 임대차가 적법하게 종료된 가상의 사례에서 임차인이 “다음 주 이사할 예정입니다”라고만 보냈다면, 그 말이 곧 집을 넘겨받을 준비가 완료됐다는 통지와 같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 퇴거·정리 상태와 인도 가능한 시각, 출입수단을 주고받을 방법을 구체화하고 상대방의 답변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준비가 끝나지 않았는데 형식적인 문구만 보내 놓았다고 해서 적법한 제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메시지의 발송·도달 자료는 실제 준비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지연손해금을 받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보증금을 받기 전에 먼저 집을 비우라는 뜻은 아닙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이사해야 한다면 권리 보전도 확인하세요
인도의 이행 제공과 보증금 회수에 필요한 권리 보전은 별도의 문제입니다. 주택임대차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려 한다면,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은 임대차가 끝났지만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같은 조 제5항은 그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친 경우의 대항력·우선변제권 취득과 기존 권리의 유지를 정합니다.
따라서 신청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등기가 완료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미 취득한 권리가 있는지와 등기 완료 여부, 이사·전출 시점을 연결해 검토해야 합니다. 임차권등기가 곧 보증금의 실제 지급이나 모든 지연손해금의 인정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퇴거 일정표에는 서로 다른 날짜를 적어 두세요
임대인과 임차인은 계약 종료일, 집을 넘겨줄 수 있는 날, 인도 방법을 알린 날, 실제 인도일과 보증금 지급일을 나누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날짜들이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르다면 무엇 때문에 간격이 생겼는지가 분쟁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먼저 나가면 나중에 지급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기보다 반환할 금액과 지급 준비, 인수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임차인도 반환 요구와 인도 준비 내용을 연결해 전달하세요. 공제할 비용에 다툼이 있다면 그 금액·근거와 다툼 없는 부분을 나누어 정리하면 협의 범위가 분명해집니다.
이미 보증금 반환이 늦어졌다면 단순히 이사한 날짜만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기보다 계약 종료와 이행 제공 자료부터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5일 확인한 법령과 위 판결의 일반 설명입니다. 갱신·종료 통지의 효력, 원상회복비 공제, 지연손해금의 구체적인 기산일·이율, 임차권등기 및 집행 절차는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02.2.26. 선고 2001다77697 판결 ↗자료 확인일 2026-10-05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536조 (2026.3.17 시행본) ↗자료 확인일 2026-10-05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460조 (2026.3.17 시행본) ↗자료 확인일 2026-10-05
- 국가법령정보센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2026.1.2 시행본) ↗자료 확인일 2026-10-05
